네모라이즈
당뇨 야매의학

카페인 섭취와 인슐린 저항성간의 상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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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나는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그저 코드 작성하는 개발자에 불과하며, 후술할 모든 내용은 인터넷에서 훑어본 야매 정보들을 기반으로 한 "아니면 말고~" 식의 이야기임을 먼저 밝혀둔다. 의학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내용일 가능성이 아주 높으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당신의 당뇨병은 의사에게 상담하라.

나는 작년 여름 말 즈음 2형당뇨를 진단받았다. 식전 혈당 약 350mg/dl, 식후 혈당 550mg/dl 즈음의 20대 나이 치고는 꽤 심각한 수준의 혈당 수치였다. 다만 참 다행스럽게도, 진단 이후 약 2개월의 인슐린 처방과 3개월 간의 당뇨약 투여 이후 정상에 가까운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가끔 떡볶이를 먹어도, 치킨에 맥주를 먹어도, 그러면서도 귀찮아 당뇨약을 몇 번 빼먹은 상태에서도, 혈당이 150mg/dl 이상으로 넘어가지 않는 등 정말 많이 호전된 상태다.

처음 이 수치 보고 곧 죽는건가 생각했음ㅋ; 나중에 알고보니 당뇨 환자들은 이 정도는 일반적(?)이라는 것 같지만.

사실 처음 진단받을 때부터 일반적인 상황과는 조금 달랐다. 작년 7월 즈음 즈음 당뇨를 앓고 있는 지인이 혈당측정을 권해 혈당을 측정했었다. 당시 공복 혈당은 120mg/dl이었다. 정상인에 비해서야 분명히 높은, 당뇨 위험군에 해당하는 수치이지만, 당뇨를 확신하는 수치인 126mg/dl를 넘지는 않는 수치다. 그런데 그로부터 3개월 뒤 병원에서 측정한 결과 350mg/dl이 나온 것이다.

인슐린 주사와 당뇨약을 바리바리 챙겨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왜? 갑자기? 내가 야식을 즐겨 먹고, 음료를 꽤나 즐겨마셨지만, 식후 혈당 550mg/dl를 찍을 정도로 심각한 식습관을 가졌다 생각하지는 않는다. 평소에 당과 탄수화물을 크게 즐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탕 음료의 끈적이든 뒷맛 때문에 예전부터 제로칼로리, 제로슈거 음료를 더 좋아했고, 커피보다 제로 칼로리 에너지 음료를 선호해 디저트류를 먹는 경우도 손에 꼽았다. (카페에 가면 빵을 꼭 시키지만, 집돌이라 분기에 한번 갈까 말까 한다.) 전분이 들어간 걸쭉한 국물보다 기름마저 최대한 건져낸 맑고 깔끔한 국물을 좋아하고, 빨간 양념과 많은 기름을 끼얹은 요리보다 양념의 비중이 적은 음식을 선호한다. 목살소금구이, 연어회, 광어회와 같은 음식이 내 주된 야식 메뉴였다.

그런데도 왜 이런 수치가 나왔을까? 정말 많이 고민해봤다. 나는 높은 확률로 카페인 섭취가 원인일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카페인 사랑

내가 카페인 섭취를 원인으로 꼽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내 카페인 섭취량을 알아야 한다. 당뇨 확진 이후 생활 패턴을 크게 개선해 더 이상 이러한 삶을 살지는 않지만,당시 난 정말 잠을 적게 잤다. 약 2년동안 일 평균 수면시간이 2시간 정도고, 그마저도 평소에는 5분, 10분 잠깐 잠깐 휴식하다, 2-3주에 한번 하루종일 잠만 자는 식으로 몰아 자는 스타일이었다. 당연히 이러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카페인이 필요했다.

위에서 이야기하듯 커피를 즐기지는 않았다. 대신 한 캔에 10kcal, 카페인 100mg이 함유된 핫식스 더킹 제품을 즐겨 마셨다. 점심, 저녁 식사할 때 한 캔씩 마셨다. 식사 후 책상에 앉아 200mg 카페인 알약을 핫식스 한 캔과 함께 먹었다. 카페인을 많이 먹으니 소변량이 늘어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갔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냉장고의 핫식스를 챙겨 또 다시 마셨다. 하루 24시간 중 약 18시간을 책상에 앉아 동일한 패턴으로 핫식스를 들이켰으니, (100mg음 * 2뱝) + (200mg약 + 100mg음 + (100mg음 * 18시)) 하루 총 2,300mg를 섭취한게 된다.

당장 저 섭취량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 양이지만, 나름 젊어서 그런지 죽지 않고 잘 살아 있었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위에서 언급한 지인을 만날 때 나는 업무차 타지에 출장을 간 상황이었고, 업무의 압박과 피로도 모두가 엄청나게 부담이 되었다. 더 많은 카페인을 필요로 했고, 출장지에서부터 복귀 후 몇달간 에너지 드링크를 정말 물처럼 들이켰다. 사실 그 전에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물처럼 들이킨거나 다름없다. 매일 에너지 드링크 값으로 몇 만원씩 지출했고, 24개입 박스가 매일 한두개씩 비워졌다. 카페인 용량으로는 약 5,000mg 수준이었다.

카페인의 작용 기전

내 엄청난 카페인 사랑 이야기는 잠깐 뒤로 두고, 카페인의 작용 기전을 한번 알아보자.

몸의 피로가 쌓이면 뇌에서 아데노신을 생성한다. 아데노신은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하여 세포를 쉬게 하고, 잠을 자게 만든다. 카페인은 이러한 아데노신과 화학구조식이 매우 비슷하다. 그래서 카페인을 섭취하면 아데노신 대신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 아데노신의 작용을 방해한다.

카페인과 아데노신의 화학구조식 -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Adenosine

카페인과 인슐린의 상관관계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하면 카페인은 도파민과 에피네프린을 증가시킨다. 문제는 에피네프린과 인슐린은 길항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사람(동물)의 몸은 인체가 포도당을 필요로 할 때 분해해 활용하기 위해 글리코겐이라는 다당류를 만들어 세포질 속에 과립 형태로 저장한다. 인슐린은 인체의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전환하고, 결과적으로 혈당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여준다. 그와 반대로 에피네프린은 저장된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작용을 촉진시킨다. 결과적으로 혈당을 높이는 효과를 보여준다. 카페인의 섭취는 곧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고 혈당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에피네프린의 또다른 이름은 아드레날린이다.

카페인의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카페인은 항이뇨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하여 이뇨 작용을 촉진하고, 신체 내 수분 비율을 낮춘다. 몸에 수분이 줄어들면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고 혈당이 오른다.

수분 손실으로 인한 당분 농도 상승 이외에도 추가적인 문제가 있다. 글리코겐 1g을 근육에 저장하기 위해서는 3g의 물을 필요로 한다. 즉, 카페인이 반감되어 인슐린이 정상 작용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더라도 수분이 부족해 혈액 속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저장하지 못하고 지방으로 저장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지방세포가 다량 축적되면 인슐린의 작용을 막고 이는 곧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카페인으로 인한 당뇨

카페인을 다량 섭취하면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기전으로 인슐린의 작용을 무자비하게 방해한다. 에피네프린의 증가로 인한 직접적인 인슐린 작용 방해부터, 수분 배출으로 인한 혈당 상승, 또 수분 부족으로 인한 지방 축적까지.

특히 나와 같이 에너지 드링크, 카페인 알약을 통해 카페인을 섭취하는 경우 더 큰 부작용을 겪는다. 카페인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수도 없이 많으며, 그 기전이 이미 명확하게 밝혀진 상태다. 그럼에도 당뇨 환자에게 커피 섭취를 제한하지는 않는데, 이는 커피에 포함된 다른 성분들이 혈당 조절에 유의미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커피에 포함된 클로로겐산은 포도당 농도를 감소시키며, 그 대사 산물인 퀴닉산은 인슐린 민감도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성분은 커피에 포함된 성분이지 에너지 드링크나 카페인 알약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결국 다량의 카페인 섭취는 당뇨로 직행하는 급행 열차가 될 수 밖에 없다. 난 그 많은 카페인을 섭취하며 심장 마비로 죽을지 모른다는 것만 걱정했는데, 심장은 멀쩡하고 생각지도 못한 당뇨를 겪게 됐다.

안그래도 일이 바빠 정상적인 생활 패턴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평소에도 많은 카페인을 섭취하는데, 여러 일들이 겹처 피로도가 급상승한 상황에, 더 많은 카페인을 섭취하다보니, 지금껏 젊음으로 버텨오던 문제들이 한번에 겹쳐 터지며 혈당이 급격하게 오른게 아닐까 싶다. 현재 많이 호전된 것도 생활 패턴을 교정하고, 카페인 섭취를 극도로 제한한 것이 유효하지 않았나 싶고. 당뇨 전과 후의 식습관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고, 약은 먹는 날보다 먹지 않는 날이 더 많을 정도로 매번 잊어버리다보니 더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

꼭 카페인을 섭취해야 한다면?

만약 당신의 혈당이 간당간당한 상황이라 당뇨를 걱정하고 있다면, 역시 카페인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꼭 카페인을 섭취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아래 지침을 따르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처음 밝힌 것처럼 나는 의사도 아니고 의학적 지식도 전무한 코드쟁이 나부랭이일 뿐이므로, 의사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것을 권장한다. 의사에게 상담 받으면서 겸사겸사 이 글을 보여주고, 전문가의 피드백을 댓글로 남겨준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

커피를 통해 섭취하자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커피의 클로로겐산과 퀴닉산은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카페인을 꼭 섭취해야 한다면, 에피네프린의 부작용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커피를 통해 섭취하는 것이 옳다.

카페인 알약은 피해야 한다. 에너지 드링크는 액체라서 수분이라도 덜 빼앗기는데, 카페인 알약은 그마저도 없다.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는 정말 저렴하게 구해도 카페인 100mg에 천원은 써야하는데, 카페인 알약은 200mg 한 알에 1-200원 수준이라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음료가 아니라 속에 부담이 덜한 것도 맞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카페인 알약을 섭취해야만 한다면, 알약 하나에 2L 생수 한통은 비우는 걸 목표로 하자.

탄수화물 위주의 군것질거리는 피하자

카페인으로 인한 포도당 수치 상승과 수분 손실으로 인한 여러 연쇄 작용은 인슐린 수치를 상승시킨다. 이 상황에서 케이크, 빵, 과자와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당뇨를 겪게 하는 직행 열차를 타는 것과 다름없다. 커피에 곁들일 음식으로 빵 대신 스테이크 약간의 견과류는 어떨까?

운동하자

이 모든 문제는 열심히 운동하면 결국 해결된다. 혈중 당분을 다시 글리코겐으로 저장하고, 지방 세포를 태우고, 카페인이 올린 기어들을 소모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물 많이 마시면서 운동하자. 운동할 시간이 있으면 잠 깨려고 카페인 섭취를 하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