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P와 롯데 솔의 눈
최근 롯데 솔의 눈 제로 칼로리 제품이 출시됐다. 솔싹추출농축액은 고작 0.126%, 제로 칼로리라면서 칼로리가 13kcal이나 되는, 요새 한국 음료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아치같은 제품이지만 개인적으로 크게 만족스럽다. 일반 솔의 눈도 마찬가지로 동일 용량 제품에 솔싹추출액 0.126%이 들어갔다. 그런데 제로 칼로리 제품보다 솔 향이 덜 느껴진다. 과당의 단 맛이 솔향을 잡아먹는 느낌이라고나 해야할까.
그에 비해 제로 칼로리 제품은 설탕이 적게 들어가서 그런가, 맛의 질감은 확 줄어들었지만 솔 향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당뇨 환자라 어차피 당 섭취를 조심해야 하는데, 솔 향까지 더 잘 느끼게 해주니 럭키다.

PHP는 솔의 눈과 유사한 점이 많다. 솔의 눈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감히 솔의 눈님을 PHP 따위랑 묶어?"라 할거고, PHP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서 감히 PHP님을 솔의 눈 따위랑 묶어?"라고 하겠지만...
솔의 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솔 향이 나는 사실상 유일한 음료"라는 점을 좋아한다. 솔의 눈이 예전같지 않아 아쉽다 하더라도 솔 향이 나는 사실상 유일한 음료이기에 솔의 눈을 포기하지 못한다. 일화에서 생산하는 생솔이라는 제품이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구하기 쉽지 않으며 온라인으로도 단품으로 구매하기 힘들다. 생솔은 솔의 눈에 비해 솔잎 비율이 높지만, 사과와 레몬향이 첨가되어 솔의 눈과는 미묘하게 다른 맛을 낸다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PHP도 그렇다. PHP는 "CGI 스타일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배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언어"다. C, Perl과 같은 언어로도 CGI 스타일의 배포가 가능하지만... 알다시피 C는 PHP에 비해 난이도가 높고, Perl은 유지보수하기 굉장히 까다롭다. 그러니 CGI 스타일으로 코드를 작성하고 배포할 수 있으며, 적정 수준의 난이도를 유지하고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언어는 PHP가 사실상 유일하다.
혹자는 "솔 향 나는 음료"이기에 솔의 눈을 싫어한다고 한다. 틀딱 아재냄새 난다나 뭐라나. 솔의 눈보다 더 맛있고, 건강하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음료가 있는데 왜 그런 음료를 마시는지 모르겠다고도 한다. PHP에도 동일한 까가 있다. "CGI 스타일로 배포하는 언어"이기에 PHP를 싫어한다고 한다. 필연적으로 불편한 코드베이스를 만든다나 뭐라나. PHP보다 더 깔끔하고, 성숙하며 더 즐겁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많은데 왜 그런 언어를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도 한다.
까들이 하는 말들에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솔의 눈을 좋아하는 나도 이 높은 칼로리를 감당해가며 먹을 정도로 솔 향이 매력적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고, PHP를 좋아하는 나도 PHP의 수 많은 단점을 감내해가며 사용할 정도로 배포가 쉬운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사니까.
솔의 눈은 제로칼로리 음료를 출시했으니 이제 걱정 없이 마실 수 있게 됐다. PHP도 PHP 위원회가 생긴 이후 개선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니, 몇 년 뒤에는 꽤 괜찮은 언어가 되어있지 않을까. PHP 9는 기대해 볼만 하지 않을까.
뭐, 그냥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