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으로의 이사
한달 반만의 게시글이다. 분명 블로그 리뉴얼 하면서 '이번엔 게시글을 열심히 써 봐야지!' 하고 마음 먹었는데, 또 이렇게 한달 반의 공백이 생겨버렸다. 일도 하고, 이사도 하고, 이것저것 해야 할 일들이 많기는 했다. 일단 그렇게 변명을 해 둔다.
이사라고 했지만, 사실 이사보다는 "안쓰러운 생활 끝!"이라고 표현하는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3년을 온수도 나오지 않는 사무실에서 살다 드디어 나만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3년간 정말 고생 많았다. 씻는 것부터가 고역이었으니.
이사하고 나니 마음이 정말 편해졌다. 온수도 마음대로 쓸 수 있고, 빨래도 바로바로 할 수 있다. 가스레인지도 쓸 수 있고, 보일러도 있다. 분리수거장이 있어 쓰레기를 언제 버리러 나가야하나 매번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더 쾌적한 주차장, 더 편리한 생활 인프라... 다 마음에 든다. 3년간 잊고 살던 이 편리함이 정말 고맙다.
물론 아쉬움이 없는건 아니다. 사무실은 2층에 있어 1층으로 내려가는데 몇 초 걸리지도 않았지만, 이번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만 5분, 10분씩 걸린다. 거주 평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1/3으로 줄어들어 조금 갑갑함을 느낀다. 평수가 줄어든 만큼 같이 살고 있는 반려고양이에게도 악영향을 끼칠까 조금 걱정이 된다. 물론 당장은 잘 적응해 매번 신나게 뛰어 다니지만, 내심 힘들어 하고 있지 않으려나.
복층 원룸
이번에 이사온 곳은 복층 원룸 오피스텔이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 것에 비해 생각보다 만족스럽다. 복층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게 역시 조금 힘들지만, 잘 때를 제외하고서는 복층에 올라갈 일이 잘 없어 불편함을 느낄 일이 크게 없다. 오히려 침대에 눕기까지의 난이도가 높아(?) 생활 습관이 개선되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다.
오히려 걱정인 점은 고양이다. 복층 난간에 걸터 앉는 일이 많아 떨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일이 잦다. 캣타워 대용이 될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위험성 때문에 막아둬야하나 고민이 많다.
도어벨
건물이 오래되어(특히 구축 오피스텔이라 관리가 덜 되어) 이것저것 손봐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내가 입주한 호실은 도어벨과 월패드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별도의 도어벨을 달았다. 싼마이의 진리 테무에서 3만원 정도에 업어왔다. 처음에는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폰에서 볼 수 있는 모델을 고려했지만, 아무래도 검증되지 않은 중국산 와이파이 연동 제품을 구매하기엔 보안 문제가 있겠다 싶어 자체 디스플레이 수신기와 세트로 동작하는 제품을 선택했다. 나름 잘 작동해서 그럭저럭 만족스럽다.
세탁 건조
아직까지 고민중인 영역이다. 건조기를 설치하기엔 공간이 여의치 않다. 물통이 있는 형태의 제품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사이즈가 너무 커서 문제고, 배기관을 통해 배출하는 형태는 배기관을 설치할 곳이 마땅치 않다. 에어컨 실외기/보일러실의 나무 문을 타공해 배기관을 설치해볼까 고민하고는 있다. 퇴거 시 새 방문으로 교체하고 나오는데 30만원 정도라고 하니 나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건 매번 독특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익숙했던 공간을 떠나보내며 느끼는 그 미묘한 감정, 새 공간에 발을 들이며 느껴지는 그 기대감, 어색했던 새 공간에 적응해 나가며 점점 닳아 없어지는 기대감과 그 빈자리를 채우는 나태함, 또 그 나태함을 깨달으며 다시금 마음먹는 다짐까지. 복잡미묘한 이 감정들을 소화하며 1년전의 나와 또 다른 내가 되어가는 과정은 돌아볼 때마다 또 다른 새로운 감정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