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후기
11월 22일 사촌 형의 결혼식이 있다. 평소 운동 한번 하지 않아 살이 뒤룩뒤룩 쪄오른 돼지는 급하게 살을 빼야 할 상황이 되었다.
내가 지금껏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핑곗거리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덜 먹고 더 움직여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체질"이라는 것이고, 하나는 "그렇게 살이 잘 빠지지도 않는데 내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가 아깝다"는 것이다.
"덜 먹고 더 움직여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체질"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내가 어디까지 해 보았나를 조금 나열해 보자면,
4-5년 전 쯤, 일주일 정도 하던 일을 모두 때려치우고 살 빼는데에만 집중해보자! 마음먹고, 정말 빡세게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했다. 운동으로는 아침에 30km, 점심에 30km, 저녁에 30km 총 하루 90km 달리기, 식단으로는 매 20km 시점마다 서브웨이 베지 15cm에 소스는 소금, 후추 를 먹었다. 물론 단 일주일 뿐인 운동이고, 탄수화물과 소금을 먹었다는 점에서 잘못된 시도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매일 마라톤 풀코스 2번을 뛰었는데 몸무게가 딱 1kg 빠지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서브웨이 베지로 섭취한 칼로리가 1회 210kcal, 하루 총 630kcal이다. 조깅 1km당 칼로리 모소가 약 70kcal 정도라고 하니, 하루에 운동으로 소모한 칼로리가 무려 6,300kcal이다. 기초대사량을 무시하더라도 대충 하루에 섭취량보다 5,500kcal을 더 소모했다는 뜻이다. 체지방이 100% 지방으로 이루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1g당 9kcal이니 하루에 611g, 일주일이면 약 4kg가 빠져야 한다. 그런데 1kg밖에 빠지지 않았다는건 정말 의문이다. 어쨌든, 이 이후로 "아무리 운동해봐야 ■도 효과가 없는데 운동을 왜 함?"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살다가, 당뇨 확진 이후 식단 위주의 다이어트를 다시 시도해 보았다. 이번엔 운동 없이 식단만 조절했다.
1. 현미 90%, 백미 10% 비율로 섞어 밥을 짓고, 100g 단위로 소분하여 얼린 밥
2. 닭다리 정육에 카레 가루를 약간 뿌려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뒤, 큐브 모양으로 잘라 2조각
3. 양상추, 양배추에 소금 약간, 올리브유 약간, 와사비 약간을 넣고 버무려 10조각
4. 상황에 따라 두부 약간
약 3-4개월 정도를 위 식단으로 지냈더니, 이번엔 살이 빠지기는 커녕 지방량 콜레스테롤만 더 늘었다.
여기까지가 내가 최근 몇 년 내 시도해 본 체중 감량법들이었으나, 뭘 어떻게 더 해봐야 일상이 힘들기만 할 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판단하고 더 이상 다이어트를 시도하지 않기로 했었다. 약 6개월간 내 맘대로 먹고 내 맘대로 살았다. 피자, 햄버거, 치킨과 같은 고탄, 고지방 음식도 마음껏 먹고, 즐길대로 즐겼다.
그런데 웬걸, 최근 2개월 새 갑자기 몸무게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당뇨 문제인가 싶어 식단을 조절하며 꾸준히 혈당을 검사해봤다. 혈당이 아주 정상적이었다. 식단을 조금씩 다시 흩뜨리면서 혈당을 재어봤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몸무게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었다. 병원에 가 보기로 마음먹었다. 정말,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체내 지방량이 줄었다. 당화혈색소도 5.3%로 당뇨 환자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정상 수치가 나왔다. 이젠 당뇨가 아닌 다른 영역에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걱정이 들었으나, 당장 큰 문제가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약간의 찝찝함이 남았지만, 좋은게 좋은 것 아니겠는가. 문득 생각해보니 지금이 다이어트를 다시 시도해보기 딱 좋은 시점이 아닐까 싶었다. 몸무게가 빠지면서 운동하기 편한 몸이 되어가고 있으며, 좁은 집으로 이사하면서 실내의 아늑함을 누리기가 힘들어졌고, 사촌형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 어차피 다이어트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다이어트를 시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내 돈과 시간을 투자하기가 아깝다"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 때 우연찮게 여자친구의 카톡으로 쿠팡 아르바이트 공고 메시지가 왔다. "아 이거다!" 싶었다. 운동에 조예가 없는 나도 돈을 받아가며 운동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있었다.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
첫 상하차
마음 먹었으면 바로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바로 연락을 해 보았다. 쿠팡에 지원해볼까 했으나, 단가가 조금 아쉬워 다른 업체를 찾아보기로 했다.
흔히 많이들 사용하는 알바 구인구직 플랫폼에 "상하차" 정도의 키워드로 검색하면 많은 업체가 나온다. 이들은 대부분 일종의 인력 사무소다. 각 물류센터에서 직접 구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들리는 말로는 물류센터의 대행 업체 계약 종료 이후 새 업체로 변경되는 경우, 정규직 위주로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올린다고 하는데, 나는 정규직에는 관심이 없어 자세히 알아보지 않았다.
아무튼 난 적당한 업체 하나를 골라 연락을 남겼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뭐, 별 건 없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고, 생년월일과 성별,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는지 확인했고, 그렇게 첫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
다음날 11/01 토요일, 물류센터로 가는 통근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적당히 준비하고, "남자친구가 몸 팔러 나간다 힝힝" 하는 여자친구의 어이없지만 귀여운 배웅을 뒤로하고, 15:40 광주 상무지구의 세정아울렛에서 통근버스에 탑승했다.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도보로 10분 정도의 거리라 편하게 갔다.
약 2시간 반 정도의 기나긴 시간 뒤 드디어 CJ 대전 신탄진 물류센터(이후 "탄진"으로 줄여 부르겠다)에 도착했다. 아무도 안내해주지 않는 삭막한 상황에서 적당히 다른 사람 뒤를 따라 들어갔다. 해당 물류센터에 처음 오는 사람은 사무소에 본인 인적을 등록하고, 출퇴근 인증을 위한 앱의 계정 연동, 안전 교육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절차가 딱히 친절하지는 않았으나, 애초에 친절을 바라고 간 것은 아니었기에 뭐 그러려니 했다.
본인 인적을 등록하고, 앱 계정 연동을 하고, 드디어 안전 교육을 받으러 갔다. 글을 쓰는 현재 탄진의 대행업체는 유안이라는 곳이다. 안전 교육도 해당 업체에서 진행했다. 안전 교육 강사분이 꽤나 인상깊었다. 이런 교육이 실질적인 안전에 도움이 되느냐, 또 안전 교육 중 배운 것들을 실무 중에 써먹을 수 있느냐는 역시 의문이었지만, 어쨌든 졸지 않고 끝까지 들을 수 있도록 강사분이 꽤나 재미있게 강의를 해 주셨다. 중간 중간 첨부된 사고 사례들은 경각심을 주기도 했고.
재미는 있었으나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안전 교육이 끝나고, 안전모와 안전화를 대여하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안전화는 나름 상태가 나쁘지 않았고, 안전모는 외부가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안정적이었다. 군대에서 착용했던 방탄모와 기본적인 구조는 동일했다. 재미있는 점은, 신규냐 아니냐에 따라 안전모의 색상이 달랐다는 점이다. 신규는 노란색 안전모(물류센터에 따라 색상이 다르다는 모양이다)를, 그 이외의 경우 파란색 또는 하얀색을 착용한다. 파란색은 물류센터에서 대여해주는 색상, 하얀색은 각자가 직접 구매해 착용하는 경우다. 물론 직접 구매해 착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얀색이 아닌 다른 색상이 섞여 있기도 하나, 대체로 하얀색이다.
안전모와 안전화 착용까지 모두 끝난 후, 나와 다른 교육 수강생들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나는 첫 현장으로 하차직을 배정받았다. 하는 일은 단순하다. 차량에 선적된 택배 박스들을 하나씩 레일에 내리기만 하면 된다. 택배 송장이 위를 향하도록 올려야 한다던가, 상황이 된다면 택배 상자간 간격을 떨어뜨려야 한다던가, 몇몇 종류 또는 형태의 물건은 따로 빼 두어야 한다던가 하는 디테일한 요소들이 조금 있지만,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다.
19시 교육 시작 후 2시간 가량의 교육을 받은 뒤, 21시 즈음 현장에 투입되었고, 약 3시간의 근무 후 00시 식사 시간이 되었다. 몸을 쓰는 곳이라 그런지 탄수화물 비중이 꽤 높은 식단이 나왔다. 꽤 맛있었다. 내가 원래 이것 저것 잘 먹는 편이라 더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주는 밥 잘 챙겨먹고 핫식스 세 캔을 쭈욱 들이키고 다시 현장에 투입됐다.
하차 업무는 중간 중간 쉬는 시간이 있다는 점이 꽤 매력적이었다. 차 한대에 실린 택배 박스를 모두 내리고 나면 다음 차가 들어올 때까지 잠깐 쉴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차 1대를 내리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되니, 1시간 일하고 10분정도 쉬는 느낌이다. 그렇게 4시쯤 되었나? 갑자기 관리자가 나를 불러 다른 업무를 배정했다. 들어보니 원래 배정됐던 신입이 중간에 탈주했다나 뭐라나.
그렇게 두번째로 배정받은 업무는 분류였다. 택배 알바의 꿀이라고 부르는 분류. 개인적으론 분류가 하차보다 더 어려웠다. 신체적으론 편한게 맞지만,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컸다. 빠르게 굴러가는 레일 속에서 택배 번호를 빠르게 확인하고 분류해내야 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꽤 난이도가 높았다. 다시는 분류로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말 높았다. FPS 게임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종류의 일이었다. 난 FPS 게임에도, 택배 분류에도 재능이 없는 모양이다. 아무튼, 분류직에 배정되어 약 3시간 정도 택배 박스들과 눈싸움을 하고 나니 더 이상 처리해야 할 물량이 없더라. 퇴근이다.
빌렸던 안전모와 안전화를 반납하고, 퇴근 안면인식을 하고, 퇴근 버스를 탔다. 상하차 업무 중 제일 힘든 일은 통근 버스가 아닐까 싶었다. 좁은 버스에 조금 전까지 십수시간 고된 일을 하고 온 수십명의 인원이 낑겨 앉아 2시간 반 가까이 이동하는 것은, 그 날 겪은 일들 중 제일 끔찍한 일이었다. 만약 내가 상하차를 그만둔다면 그 버스가 싫어서일만큼.
첫 상하차, 퇴근 후
퇴근 버스를 내리니 11시 정도가 되었다. 탄진의 경우 급여를 당일 지급한다. 보통 10-11시 전후로 임금명세서를 발송하고, 12시 조금 넘어 입금한다고 한다. 그런데 난 임금명세서는 받았으나 입금을 받지 못했다. 왜 입금이 되지 않느냐고 인력업체에 문의했더니, 이메일 주소에 오류가 있어 지급이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 임금명세서를 전달받은 스크린샷과 함께 다시 문의하니, 담당자도 "이건 이상하네요" 라며 확인을 해보겠다 했고. 인력업체 측에서 유안에 문의해본 결과 "우리(유안)쪽 실수로 입금이 되지 않은 것 같다. 내일 입금해주겠다, 미안하다" 라고 했다더라. 안타깝지만 뭐 어쩌겠나, 기다려야지.
하루 더 기다려 월요일 입금을 받았다. 교육시간 포함 약 11시간 근무해서 세후 16만원 정도를 수령했다. 너무 짜다 싶기는 하다만 돈 받으면서 운동한다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했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다만 돈보다는 다른 쪽에서 불만족스러운 것이 하나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할만했다는거다. 물론 힘들긴 힘들다. 다만 누구는 처음 상하차를 다녀오면 살이 2.5kg나 빠지고 근육통이 장난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던데, 몇년간 운동이라곤 타자 치기 뿐이었던 나는 근육통도 거의 없었고, 살도 빠지지 않았다. 이래서는 다이어트라는 제일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역시나 운동은 도움이 안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일단 이번달은 계속 해 봐야지 마음먹고, 두번째 상하차 알바를 물색했다.
두번째 상하차, 쿠팡
탄진은 한번 다녀오려면 사실상 하루를 전부 쏟아야 하므로 평일에 다녀오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래서 평일에도 다녀올 수 있는 다른 물류센터를 알아봤다. 그렇게 결정된 곳은 내가 처음 상하차를 하기로 마음먹은 쿠팡이었다. 운 좋게도 화요일 새벽에 시작할 수 있는 TO가 남아있었다. 전남 장성에 위치한 쿠팡 광주1캠프의 소분직으로 신청을 넣었다. 새벽 03:30부터 09:30까지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보다 더 길게 하는 일정도 있지만, 나는 새벽 회의가 잦은 편이라 안전하게 03:30에 시작하는 일정으로 신청했다. 02:30 즈음 통근 버스를 탑승했다. 이번엔 탄진 통근 버스와 다르게 탑승지가 도보 30분 거리라 조금 힘들었다.
쿠팡에서도 하차 업무를 맡았다. 쿠팡의 하차 업무는 탄진의 하차보다 더 힘들었다. 하는 업무의 난이도는 비슷했으나, 쉬는 시간의 차이가 있다. 탄진은 차량 1대를 쳐내고 나면 1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이 생기지만, 쿠팡은 그렇지 않았다. 챠량 단위로 하차를 하지도 않았다. 차량에 올라갈 때도, 내릴 때도 팔레트 위에 박스를 올려놓고, 그 팔레트를 장비를 이용해 내렸다. 쿠팡 하차 업무는 장비로 내려진 그 팔레트 위의 박스를 레일 위에 내리는 업무였다. 한개 팔레트를 다 쳐내기도 전에 다음 팔레트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고, 팔레트를 다 쳐내는 순간 곧바로 다음 팔레트로 교체된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틈이 사실상 없었다. 특히 고정직으로 있는 하차 인력들이 팔레트를 교체하는 일을 하다보니, 신규인 나는 고정직 사이에 끼어 교체되는 팔레트 위에서 물건을 내리기만 해야했다. 팔레트를 옮기는 일은 장비를 통해 하다보니 힘이 덜 들어가는 편이고, 고정직들은 그 사이사이 짧게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지 않나 싶었다. 나도 팔레트 옮길 수 있는데;
그렇다고 아예 휴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쿠팡은 짬짬히 쉬는 시간이 거의 없는 대신, 한번에 30분 정도의 쉬는 시간을 내어준다. 휴식 시간이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대체로 05시 전후인 것 같았다.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시점에 쉬는 시간을 주고, 그렇게 30분 정도 쉬고 나면 또 신기하게 몸이 되살아나더라.
그렇게 09:30 즈음까지 열심히 물건을 내리고 나니 퇴근 시간이 됐다. 통근 버스를 타고 퇴근했다. 탄진에서의 하차는 정말 할만했는데, 쿠팡의 하차는 정말 쉽지 않더라. 마지막에는 젖먹던 힘까지 다 끌어다가 일했던 것 같다. 어찌저찌 그 날 본업을 마무리하고 다음날이 되니, 아 이번에는 후유증이 조금 있더라. 물론 이 또한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 또 한번 "천직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돈이 많이 되지는 않는다. 6시간 일하고 6.8만원 정도를 받는다. 탄진과 다르게 당일 바로 지급되지도 않는다. 근무주의 다음주 수요일에 입금되니, 이번에 일한 것은 12일에 입금된다. 쿠팡에는 프로모션이라는 제도가 있다. 많은 신규 인원을 모집하고, 기존 근무자들이 자주 출근하도록 하기 위해 갖가지 이유를 대어 시급 이외에 추가적인 보너스를 지급한다. 나는 이번에 6만원 프로모션을 받았다. 목요일에 한번 더 출근하니, 다음주 수요일에 받는 금액은 시급 13만원, 프로모션 6만원, 교육수당 1만원, 총 20만원 정도다.
세번째 상하차, 쿠팡 상차
수요일 하루 잘 쉬었으니, 목요일이 되어 다시 쿠팡에 출근을 했다. 이번엔 하차가 아닌 상차 업무를 배정받았다. 개인적으론 상차 업무가 더 어렵더라. 상차는 레일을 타고 내려오는 택배 박스를 팔레트에 올리는 일이다. 탄진에서는 팔레트가 아니라 트럭이겠지.
상차 업무는 하차 업무와 다르게 많이 걸어야 했다. 하차는 한 자리에 서서 (또는 아주 짧은 거리만 조금씩 움직여) 레일에 물건을 올리면 되는데, 상차의 경우 레일을 타고 올라오는 물건의 번호에 따라 적절한 팔레트에 물건을 쌓아야 한다. 한 사람당 팔레트 7개 정도를 담당하게 된다. 한 개 팔레트의 가로 길이가 두루마리 휴지 15개 정도 들어가다보니, 휴지 100개 내외를 한줄로 이어둔 거리를 쉴 틈 없이 반복해 걸어야 했다. 생각보다 거리가 길지는 않지만 무거운 안전화를 신고 6시간 내내 움직이는 것은 확실히 쉽지 않다. 종아리 근육통도 심하고, 종아리의 실핏줄이 많이 터졌는지 시퍼런 멍이 군데군데 들어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고 있다.
한 팔레트에 물건을 최대한 많이,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실어야 하는 것도 난이도가 좀 있다. 요령을 터득하고 나면 나름 할만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았다. 슬프게도 난 아직까지 버벅거리면서 쌓는다. 나름 요령이 생긴 듯 하면서도, 하다보면 이게 아닌가 싶고... 좀 더 해봐야 알 것 같더라.
그 이후
세번째 상하차 이후로도 꾸준히(그래봐야 몇 번 되지는 않지만) 출근하고 있다. 주말에는 탄진, 평일에는 쿠팡으로, 하루 근무 하루 휴식 일정을 잡고 출근했다. 또 다음 출근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두번째 탄진은 하차에서만 시간을 보냈고, 쿠팡에서는 상차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차는 적성에 맞는 것 같아 만족스럽고, 상차는 적성에 맞지는 않는 것 같지만 하체 운동이 되는 것 같아 계속 노력해보고 있다. 다른 출근에도 계속 동일한 배정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이어트의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2kg정도 감량했다. 식단 조절도 하고 있는 만큼 이보다 조금 더 빠지길 기대했는데, 역시 아쉽다. 그럼에도 결혼식까지 남은 1주일, 그리고 11월이 끝나기까지 남은 2주일간은 계속 해 볼 에정이다. 나름 천직이다 싶어 11월까지 했는데도 몸무게 변동이 전혀 없거나, 오히려 더 찌는게 아닌 이상 한동안 꾸준히 해 볼 생각도 있다. 본업이 조금 걱정되어 나름의 루틴을 세워봐야겠다.
직업으로써 상하차는 역시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생 살아가며 한번쯤은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부품으로 쓴다는 말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업무다. 특히 분류는 더 그렇더라. 왜 맨날 내 택배가 찌그려져 오는지, 부서져 오는지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힘들어 죽겠는데 안던질 수가 없겠더라. 심지어 모 업체는 "그냥 던져라. 파손된건 회사가 책임질 일이니, 니들은 물량 쳐내는데 집중해라" 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더라. 재미있는 이야기다.
나같은 특수한 체질이 아닌 이상 다이어트 하기에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나도 어쨌든 2kg 정도 감량하기도 했고, 내가 아니라면 그보다 더 빠졌을거다. 그래도 오래 하지는 말자. 돈 주며 살 뺀다 생각하니 그나마 해볼 법한거지, 생각보다 위험하고, 생각보다 더 재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