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라이즈
음악 일본

나의 제이팝 플레이리스트

| 완독까지 약 10분

26년이 밝았다. 언제고 한번 써보고 싶었던 J-POP 플레이리스트 글을 드디어 한번 써 본다.
J-POP 플레이리스트라고 했지만 일반적인 J-POP 뿐 아니라 씹덕 보컬로이드 곡들이 몇 곡 함께 들어가 있으니, 씹덕 노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게시글 초반만 읽고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자.

이 게시글에선 저작권 문제로 바로 노래를 들을 수 없다. 각 노래의 썸네일에 적절한 유튜브(또는 기타 다른 플랫폼)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해당 링크를 통해 노래를 들어보자.

플레이리스트가 필요하지만, 내 주접을 보고 싶지는 않은 여러분을 위해 이 글에서 소개하는 노래 목록만 따로 정리했다. 감사히 가져가도록!

J-POP

Y2K 이전, 이후로 나누는게 조금 웃기지만, Y2K만큼 적당한 기준이 없는 것 같다.

버블 경제 시절의 풍요로움, 버블 이후의 피폐함 모두가 차츰 잊혀져가고, 기술의 발전으로 레코딩, 프로듀싱 퀄리티가 높아졌으며, 그렇게 신세대 뮤지션들이 새로이 진입하기 시작한 그 시기.

Y2K 이전의 시티팝 감성도 참 매력적이지만, 역시 다채로운 색깔들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지금의 노래들이 더 취향이다. 그래서 Y2K 이후 노래, Y2K 이전 노래 순서로 배치했다. Y2K 구분 내에서는 딱히 정해진 순서 규칙이 없다. 생각 나는대로 끄적인 것이니 참고하자.

ありがとう - いきものがかり

https://www.youtube.com/watch?v=VZBU8LvZ91Q

いきものがかり(이키모노가카리)는 색깔이 참 다양하다. 09년 데뷔곡인 SAKURA , 3년 뒤의 YELL , 바로 다음 년도의 ありがとう(아리가또/고마워)까지. 초대박을 터뜨린 곡들 다수가 잔잔한 감성적인 노래지만, 気まぐれロマンティック(키마구루로맨틱/변덕스런로맨스) , じょいふる(조이풀) 과 같이 업템포의 노래도 많다.

다양한 색깔을 다루다보니 いきものがかり의 팬층도 꽤 넓은 편이다. 콘서트에 70대 관객들이 여럿 있었다는걸 보면 참 대단한 그룹이다 싶다. 물론 내 최애 곡은 ありがとう다. いきものがかり의 업템포 곡들은 묘하게 내 귀에 맞지 않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全力少年 - スキマスイッチ

https://www.youtube.com/watch?v=IvDTkTKi5pA

スキマスイッチ(스키마스위치)의 全力少年(전력소년). スキマスイッチ 하면 보통 奏(카나데/연주) 가 더 유명한데, 난 全力少年에 한표를 주고 싶다. 奏도 정말 좋은 노래지만, 사실 개인적으론 잘 공감되지 않더라.

君が大人になってくその季節が 悲しい歌で溢れないように
네가 어른이 되어가는 그 계절이 슬픈 노래로 흘러넘치지 않도록

奏의 시작과 같은 가사다. 참 감성적인 가사지만, 뭐랄까. 위로가 되어야 할 가사들이 오히려 애써 잊었던 슬픔을 다시 들춰내는 느낌. 특히 가사와 멜로디 모두가 너무 감성적이라 더 그런거 같다.

試されてまでもここにいることを決めたのに 呪文のように「仕方ない」とつぶやいていた
수많은 시련 속에도 이 자릴 난 지키겠다 다짐했는데 마치 주문처럼 하는 수 없다며 중얼거렸었지

그에 비해 全力少年은 경쾌한 멜로디로 현재의 무력감을 아무렇지 않게 들춰내고,

あの頃の僕らはきっと全力で少年だった 怯えてたら何も生まれない
그 시절의 우리는 분명 전력으로 소년이었어 두려워만 해선 무엇도 생기지 않아

과거의 다짐을 되새기며,

セカイを開くのは僕だ 視界はもう澄み切ってる
세상의 문을 여는 건 바로 나야 시야는 이미 활짝 개 있어

희망이 남아있음을 상기시켜주는, 자기개발서같은 노래다. 누구는 오히려 허울 뿐인 이야기를 한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난 그 허울 뿐인 이야기라도 시원하고 경쾌하게 불러주니 오히려 위로가 되더라.

明日はきっといい日になる - 高橋優

https://www.youtube.com/watch?v=cpIa89_rZoA

高橋優(타카하시 유우)의 신나는 明日はきっといい日になる(아시타와킷토이이히니나루/내일은 분명 좋은날이 될거야). 高橋優 노래는 이 곡을 제외하면 나랑 잘 안맞는 것 같다. 다른 유명한 곡들도 몇 곡 더 있지만, 내 귀엔 매력적이지 않더라. 그래도 이 곡 하나만큼은 완전 내 취향이다.

笑い合えたらいい日になる
함께 웃어넘기면 좋은 날이 돼
いい日になる いい日になるのさ
좋은 날이 될거야 좋은 날이 될거라니깐
それも幸せと選ぶことはできる
이것도 나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잖아

신나는 리듬과 달콤한 멜로디에 비해 가사는 참 서글프다. "힘들었지? 내일은 좋은 날이 될거야"라고 희망을 북돋아주는 것이 아니다. 회사 생활에서의, 학교 생활에서의 나를 괴롭게 하는 것들, 나를 괴롭히는 것들에 대해 "나만 참으면 돼, 이런 삶도 나름 행복하잖아, 분명 좋은 날이 올거야", 라고 노래한다. 가사를 알고 노래를 다시 들어보면 달콤하다 생각했던 멜로디가 이젠 아픔을 숨기는 서글픈 멜로디로 들린다.

외국어 노래가 이런 면에서 참 매력적이다. 가사를 알아듣지 못한 채 그 멜로디에만 빠져 즐기던 시절엔 그저 즐거운 노래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슬픈 노래였다거나 하는 반전을 즐길 수 있다. 난 J-POP으론 더 이상 이런 반전을 즐기지 못한다는 게 아쉽기도 하고...

ヒロイン - back number

https://www.youtube.com/watch?v=VPZK72W4Xxw

최근 성시경이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 불러 한국에서도 엄청나게 바이럴 된 back number의 ヒロイン(히로인). 말 할 것도 없이 back number 최고의 명곡이다. クリスマスソング(크리스마스송), 高嶺の花子さん(타카네노하나코상/높은 산의 하나코 씨) 와 함께 back number를 겨울의 밴드로 불리게 한 곡이기도 하다.

back number 곡들 중에서도 ヒロイン과 같이 사랑을 주제로 하는 노래들은 특유의 "찌질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그야 back number의 찌질함은 그저 찌질함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찌질함 뒤에는 누구나 공감할 법한 감정이 숨어있고, 그 감정을 정말 섬세하게 잘 그려내 공감을 이끌어 낸다.

3月9日 - レミオロメン

https://www.youtube.com/watch?v=UNRJyBHziX4

후지TV 드라마 1リットルの涙(이치릿토루노나미다/1리터의 눈물)의 주제가로 사용되며 유명해진 レミオロメン(레미오로멘)의 노래다. 친구의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노래라고 한다. 나도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되면, 와이프를 위해 이런 것들을 선물하게 되는걸까.

1リットルの涙은 희귀병을 앓는 딸과 그 주변 인물들의 아픔과 사랑을 그리는 드라마다. 결혼 기념일 축하곡을 주제곡으로 쓰기엔 조금 부적절한게 아닌지...?

SWEET MEMORIES - 松田聖子

https://www.youtube.com/watch?v=9_tC9iVur5U

일본의 영원한 아이돌, 松田聖子(마츠다 세이코)의 SWEET MEMORIES. 수십개 곡을 오리콘 차트 1위에 박아넣은 그녀의 곡들 중 단 2개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첫 곡으로는 SWEET MEMORIES, 두번째 곡으로는 青い珊瑚礁(아오이산고쇼/푸른 산호초)를 고를거다.

YOASOBI의 보컬으로 유명한 幾田りら(이쿠타 리라)가 커버한 버전도 꽤 매력적이다. 유튜브에서 들어볼 수 있다. 사실 난 幾田りら의 커버 버전이 더 좋다. 원곡의 시대가 시대인지라 레코딩 기술력 차이 때문에라도... 커버가 더 편하게 들리는 것 같다.

恋におちて - 小林明子

https://www.youtube.com/watch?v=ZjKWpVF9Q6E

小林明子(코바야시 아키코)의 데뷔곡으로 TBS 드라마 金曜日の妻たちへIII(킨요비노츠마타치에3/금요일의 부인들3)의 주제곡으로 사용됐다. 핵가족 시대의 불륜을 그리는 드라마에서 서정적인 OST라니, 참 묘하다.

김현식의 내사랑 내곁에가 이 곡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있다. 도입부가 참 유사하긴 한데, 진실은 작곡가들만 알겠지. 난 두 곡 다 좋아한다. 03년에는 SBS 드라마 선녀와 사기꾼 OST로, 12년에는 MBC 드라마 그대 없인 못살아 OST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론 한국 가수가 한국어로 리메이크 해 부른 버전이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자주 쓰이는 걸 보면 한국인 감성에도 찰떡인 노래지 않나 싶다. 불륜 드라마 OST가 한국인 정서에 잘 맞다는 건 역시 참 묘한 감상을 들게 한다.

VOCALOID

내 학창시절 MP3를 책임졌던 보컬로이드. 보컬로이드는 내게 있어 흑역사자 추억이자 그리움이다. 같이 보컬로이드를 듣던 친구와 학창시절의 어린 사랑을 하기도 했고, 헤어지며 못볼 꼴을 보이기도 했고. 돌이켜보면 부끄러움 뿐이지만 그래도 나름 내 인생을 다채롭게 채워준 존재다.

내 애플 뮤직 플레이리스트엔 유명한 곡들도 많지만, 그보단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 몇 곡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숨겨진 프로듀서들의 매력을 찾아보는게 참 즐겁다.

FAIRYLAND - 流星P

https://www.nicovideo.jp/watch/sm2085031

magnet으로 유명한 流星P(유성P)의 노래다. 流星P는 변태적인 노래를 즐겨 쓰는 듯 하다. 많은 인기를 끈 magnet, SPICE!, RIP=RELEASE나 비교적 최근에 투고한 アンビバレンツ(앰비밸런트)까지. 꽤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많다.

싫진 않다. 이런 변태적인 노래가 流星P의 매력이니. 난 그 중에서도 FAIRYLAND가 제일 마음에 든다. 재즈 풍으로 노래하는 변태성은 참 큰 울림을 준다. 이 곡을 처음 접한게 중학생 때라는걸 생각하면 참 글러먹었다 싶기도 하지만.

magnet의 PV를 만든 프로듀서 ゆのみP의 트레이싱 표절으로 인해 강제로 활동을 중단한 뒤 약 9년만에 アンビバレンツ를 투고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이후 보컬로이드 투고가 많이 뜸해져 정말 아쉽다.

3년 전 투고한 マッチュリ(맛치우리/성냥팔이)가 아마도 마지막 보컬로이드 투고. 유튜브에서 들어볼 수 있다. 카후 특유의 허스키한 비음을 매력적으로 잘 살렸다. 이렇게 잘 뽑는데 왜 신곡 안 내주는거니, 왜?!

doqrinqo - 由末イリ

https://www.youtube.com/watch?v=gbM8lm2U_Eo

由末イリ(유우레 이리)가 투고한 doqrinqo. 잘 알려지지 않은 프로듀서라 19년도에 투고한 곡인데도 23년 즈음에나 처음 들어봤다. 묘하게 중독된다. 조교가 덜 된 보컬로이드 노래만의 매력이 잘 살아있다. 같은 프로듀서의 へるmp(hell mp) , 11도 들어보자. 시간이 흐를수록 퀄리티가 점점 올라가는게 따라가며 들을만한 매력이 충분하다.

真夜中は崩れ落ちる - ふるがね

https://www.youtube.com/watch?v=Rx9sql-3mBo

ふるがね(후루카네)의 真夜中は崩れ落ちる(마요나카와쿠즈레오치루/심야는 무너져 내린다). 짧지만 귀엽고 달콤한 멜로디가 잘 때 틀어놓고 있기 정말 좋다. ふるがね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잘 사용한다. 곡을 콕 찝어 링크하기 보다는 유튜브 채널 링크를 걸어두니 들어가서 취향에 맞는 곡들을 한 번 골라보자.

마무리

쓰다보니 지쳐서 주접이 점점 부실해지는 것 같다. 나중에 시간 내서 내용을 좀 더 보충할 예정이다. 언젠간 K-POP 플레이리스트도 한번 정리해 봐야겠다.